치매 어르신을 돌볼 때 보호자를 가장 지치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기억력 저하 그 자체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는 ‘문제 행동’들입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밤새 집 안을 서성이거나, 옷 입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등의 행동은 보호자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볼 때, 이러한 행동들은 ‘문제’가 아니라 표현하지 못하는 고통과 욕구의 ‘신호’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보호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행동, 즉 ‘공격성’과 ‘배회’의 진짜 원인을 파헤치고, 이러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소통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공격성’이라는 신호: 분노가 아닌 통증과 혼란을 보라
평생 온화하셨던 부모님이 갑자기 욕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 가족들은 깊은 상처와 배신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의 공격성은 대부분 분노가 아닌 고통의 표현입니다.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통증’입니다. 치통, 두통, 변비, 요로감염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신체적 고통이 공격성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어르신의 표정을 살피고,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두 번째 원인은 ‘환경적 과자극’입니다. 시끄러운 TV 소리, 너무 많은 방문객, 어두운 조명 등은 어르신에게 극심한 혼란과 불안감을 유발하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욕이나 옷 갈아입기 등 신체적 접촉이 필요한 상황에서 위협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인지 저하로 인해 눈앞의 자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낯선 사람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댄다고 느껴 공포심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로 같이 화를 내거나 힘으로 제압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많이 화가 나셨군요. 제가 도와드릴게요”라며 감정을 읽어주고, 조용한 환경에서 안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최선입니다.
‘배회’라는 목적: 잃어버린 일상을 찾아서
목적 없이 집 안을 서성이거나 자꾸 밖으로 나가려는 ‘배회’ 행동은 보호자를 24시간 긴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어르신의 배회는 정처 없는 방황이 아니라, 그들 나름의 ‘목적’을 가진 행동일 때가 많습니다. 과거의 습관이 그 원인일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매일 아침 출근했던 아버지는 지금이 은퇴 후라는 사실을 잊고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려 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화장실을 찾거나, 배가 고프거나, 혹은 단순히 답답하고 지루해서 에너지를 소모하기 위해 걷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배회 행동을 보일 때 무작정 “안 돼요!”라고 막아서는 것은 오히려 불안감과 저항을 키울 뿐입니다. 가장 좋은 대처법은 ‘동행 후 관심 전환하기’입니다. “네, 아버지. 회사 가셔야죠. 가시기 전에 제가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할게요”라며 어르신의 목적을 일단 인정해 주고, 함께 잠시 걸어드린 후 자연스럽게 다른 활동(차 마시기, 사진 보기 등)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입니다. 배회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준비도 필수적입니다. 현관에 벨을 달아 출입을 감지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GPS 위치추적기나 인식표를 반드시 착용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낮 시간에 산책이나 간단한 활동을 통해 충분히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것도 밤 시간의 배회를 줄이는 좋은 방법입니다.
문제 행동을 잠재우는 ‘효과적인 소통법’
공격성, 배회 등 모든 문제 행동을 대처하는 근간에는 ‘효과적인 소통법’이 있습니다. 첫째, 비언어적 소통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말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의 태도입니다. 어르신을 대할 때는 항상 정면에서 시선을 맞추고, 부드러운 미소와 온화한 목소리 톤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호자의 차분한 태도는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안정제입니다. 둘째, ‘인정 요법’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어르신의 말이나 감정이 현실과 다르더라도, 일단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많이 속상하시겠어요”라며 그들의 현실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감정을 먼저 공감해줄 때, 어르신은 저항을 멈추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셋째, ‘관심 전환’ 기술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에 집중되어 있을 때, 어르신이 좋아하는 다른 것으로 화제를 돌리는 방법입니다. "저런!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시군요. 그런데 어르신이 제일 좋아하시는 노래가 뭐였죠? 저랑 같이 한번 불러볼까요?"처럼, 즐거운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말은 ‘짧고 단순하게’,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요청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결론: 문제 행동은 이해와 소통을 구하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치매 어르신의 문제 행동은 우리를 힘들게 하기 위한 의도적인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과 혼란을 알아달라는 필사적인 외침입니다. 그 행동 너머에 숨겨진 원인(통증, 불안, 욕구)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효과적인 소통법으로 응답할 때, 우리는 비로소 위기 상황을 잠재우고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습니다. 문제 행동을 벌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해결해야 할 ‘신호’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보호자와 어르신 모두의 고통을 줄이는 가장 지혜로운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