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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어르신을 위한 낙상위험도 검사

by innoksd 2025. 12. 1.

 

균형 잡고 있는 모습
균형 잡고 있는 모습

치매는 인지기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 기능의 전반적인 능력도 같이 감소하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치매는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낙상위험성, 이동가능능력, 일상생활의 독립성 저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들은 인지 기능 검사만 검사할 게 아니라 신체 기능 평가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요양기관에서 낙상위험도를 세부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경험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르신들의 돌봄 계획을 진행할 때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돌봄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경험에 의존하다 보면 사실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근무하는 기관에서는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검사를 진행하고 돌봄 방법을 개별화하고 있는데 SPPB는 신체 기능을 수치화해 평가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특히 치매 어르신의 하지 능력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어르신에 맞는 돌봄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SPPB로 검사할 수 있는 것들

SPPB는 노인의 하체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검사로, 크게 세 가지 능력을 평가하게 됩니다. 첫 번째로 검사할 내용은 어르신들의 균형능력을 측정하는 검사, 두 번째는 보행속도를 측정하는 4m 걷기 검사, 세 번째는 하지근력을 확인하는 의자에서 5회를 빠르게 일어서는 검사입니다. 각각의 검사마다 0점에서 4점까지 점수화되며, 10점 이상이 나와야 양호한 수준이고, 총점은 12점을 만점으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제가 근무하는 곳에 어르신은 약 65명 정도인데 10점 이상의 어르신은 3분 정도였습니다. 경도인지장애부터 중증치매어르신들이 모여계신 곳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10점을 넘기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됩니다.

SPPB는 199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어느 정도 노화가 되었는지, 낙상 위험도는 어느정도인지, 입원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다양한 임상 지표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신뢰도와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가능하며, 간편하게 측정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어르신들을 검사했을 때 한 어르신마다 5분 이내에 3가지 검사를 모두 측정할 수 있을정도로 간단하게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치매환자에게 SPPB검사를 진행하면, 신체 기능 측정을 검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인지 기능 변화에 따른 보행 능력, 균형 유지력, 근력 변화 등을 체계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고 저장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균형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보인다면, 단순한 근육약화가 아닌 인지적 주의력 저하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SPPB는 단순한 점수 측정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의 전반적인 신체적, 인지적 기능 상태를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검사입니다.

SPPB검사와 인지능력의 연관성

치매는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기억력 외에도 판단력, 주의 집중력, 공간 인지, 실행 능력 등 다양한 인지기능이 함께 저하됩니다. 이러한 인지기능의 저하는 신체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보행, 균형, 근력과 같은 요소는 대뇌 전두엽, 소뇌, 해마 등의 기능과 연결되어 때문에 인지 저하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SPPB검사를 진행하면서 부수적으로 치매의 조기 징후를 파악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행 속도의 감소는 경도인지장애단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초기 증상 중 하나이며, 실제로 다수의 연구에서 SPPB를 반복적으로 측정을 하면 인지저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SPPB의 보행속도 항목은 인지기능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이는 보행이라는 행동이 단순한 운동기능이 아니라 인지, 계획, 주의, 시공간 능력 등 복합적인 뇌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측정을 할 때 인지 능력이 안 좋으신 어르신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면서 속도가 늦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서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줄어들며, 보행 중 자세가 불안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단순한 근력 약화가 아닌 치매의 조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한 SPPB는 반복 측정을 통해 환자의 기능 저하 속도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관리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돌봄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3개월 단위로 SPPB를 측정해 점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이는 인지기능 악화 및 신체기능 저하의 동반 진행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활용 사례

SPPB의 신뢰성과 타당성은 국내외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유럽노인의학회, 한국노인병학회 등에서 SPPB를 노인의 종합적 건강평가 도구로 추천하고 있으며, 특히 치매와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국내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SPPB 점수가 낮은 그룹(신체 기능 저하)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음을 입증한 논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논문에서는 노인복지관 및 주야간보호센터 이용 노인을 대상으로 직접 측정한 결과, SPPB 총점이 1점 낮아질 때마다 MMSE(인지기능)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특히 SPPB 하위 항목 중 '보행 속도'가 인지기능과 가장 밀접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연구한 내용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을 9년 이상 추적 관찰했더니, SPPB 점수가 낮은 그룹은 뇌 MRI상 뇌 위축이 더 빨리 진행되었고,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이외에도 SPPB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 산하 고령자 건강검진 항목 확대 시 주요 평가도구로 검토된 바 있으며, 향후 지역사회 중심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에서도 필수 지표로 포함될 수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의 전반적인 관리에서 하체 기능 평가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체기능이 약해져서 낙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치명적으로 다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PPB는 짧은 시간 내에 치매 환자의 하체 기능, 균형감각, 보행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점수가 낮은 어르신들은 미리 보조기구를 사용하게 하거나 돌보는 사람에게 위험성을 고지하여 옆에서 보조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지기능 저하와 신체 기능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밝혀낸 다수의 연구는 SPPB의 임상적 활용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치매를 단순한 뇌 질환으로만 보지 않고, 기능적, 신체적 접근을 통해 조기 개입과 예방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SPPB와 같은 표준화된 도구의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