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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여성 치매 환자 케어법 (성별 특성, 대화 접근법, 정서 차이)

by innoksd 2025. 10. 7.

화관을 쓰고 웃고있는 치매어르신

치매 환자를 돌볼 때 우리는 종종 ‘치매’라는 질병 자체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들이 평생을 살아온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잊곤 합니다. 하지만 치매 어르신의 행동과 감정 표현 방식은 수십 년간 몸에 밴 성 역할과 사회적 경험에 깊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돌봄에서 벗어나 성별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고 접근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르신의 마음과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인은 저마다 고유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이고 존중하는 돌봄을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남성, 여성 치매 환자가 보이는 일반적인 성별 특성과 그에 맞는 대화 접근법, 그리고 정서 표현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평생의 역할이 남긴 흔적: 남녀 치매 환자의 ‘성별 특성’

치매 어르신의 행동은 과거에 가장 중요했던 역할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성 어르신의 경우, 평생을 ‘가장’이자 ‘직장인’으로 살아온 경험이 행동의 주된 동기가 되곤 합니다. 따라서 뚜렷한 목적 없이 서성이시는 것 같아도, 마음속으로는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권위나 능력이 상실되었다고 느낄 때 신체적인 행동이나 거친 말로 좌절감을 표현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목욕이나 옷 갈아입기와 같은 개인적인 돌봄을 여성 보호사나 며느리, 딸에게 받는 것에 대해 강한 수치심이나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여성 어르신은 ‘어머니’이자 ‘주부’로서의 역할이 행동에 깊이 배어 있습니다. 수건을 계속해서 개거나, 인형을 아기처럼 돌보거나, 식사 준비를 도와야 한다며 부엌을 서성이는 행동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했던 과거의 역할로 돌아가 안정감을 찾으려는 시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남성 어르신에 비해 외로움이나 불안감과 같은 감정을 눈물이 나 말로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연결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성별에 따른 맞춤 전략: 효과적인 ‘대화 접근법’

이러한 성별 특성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보다 효과적인 대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남성 어르신과 대화할 때는 그들의 과거 역할과 전문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아버지, 예전에 전문가셨으니 이것 좀 봐주시겠어요?”라며 ‘도움’이나 ‘자문’을 구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화의 주제 역시 감성적인 이야기보다는 바둑이나 장기, 옛날 뉴스, 과거 직장생활과 같이 성과나 논리가 중심이 되는 주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의 자존감을 지켜드리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담백하고 존중하는 어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성 어르신과의 대화는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니, 오늘 얼굴이 참 고우세요”, “어머니가 해주시던 된장찌개가 생각나네요” 와 같이 외모나 과거의 돌봄 역할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표현은 마음의 문을 여는 좋은 열쇠가 됩니다. 손주 이야기나 드라마, 옛날 이웃들과의 추억 등 관계 중심적인 대화를 나눌 때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쁜 손수건을 함께 접거나 콩나물을 다듬는 등 익숙한 가사 활동을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르신에게 큰 안정감과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르게 표현되는 마음: 남녀 환자의 ‘정서 차이’와 공감법

남성과 여성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과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남성 어르신들은 슬픔이나 두려움, 외로움과 같은 약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감정들이 ‘짜증’이나 ‘분노’, ‘무관심’과 같은 다른 형태로 표출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화를 내는 아버지를 보며 행동 자체에 반응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외로움이나 신체적 고통은 없는지 먼저 헤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여성 어르신들은 자신의 감정을 눈물이나 하소연 등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복적으로 “외롭다”, “보고 싶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위로해 달라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이때 “제가 옆에 있잖아요”라며 사실을 설명하기보다, “많이 외로우시군요. 제가 손잡아 드릴게요”라며 감정 자체에 먼저 공감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모든 치매 어르신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안전하고 싶다’, ‘존중받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고 싶다’는 보편적인 욕구가 자리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론: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존중의 시작입니다

모든 사람을 성별이라는 틀에 가두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으로서 살아온 수십 년의 삶이 각인한 역할과 감정 표현의 차이를 이해하고 돌봄에 적용하는 것은, 어르신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더 깊이 존중하는 길입니다. 고정관념이 아닌 섬세한 관찰을 통해 내 부모님만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소통을 제공할 때, 우리는 비로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차이를 이해하는 섬세함이야말로 치매 어르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가장 성숙한 돌봄의 기술입니다.